![]() 신문물검역소 Photo by smallandround |
‘조선시대 얼리어답터들이 사고를 쳤다’는 출판사의 홍보문구에 완벽히 속아 넘어갔다. 그래서 불쾌했다. 사실 ‘신문물검역소’는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발상이 남다르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요즘 유행하는 퓨전스타일의 역사소설 - 역사 속의 어느 한 특정한 시공간을 차용해온 뒤 그 시공간 속에 철저하게 계산된 작가의 픽션으로 새롭게 짜맞춘 - 을 답습하고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 작가가 보여주려한 철학에 대한 깊이도 너무 얕아 그 바닥을 쉬이 드러낸다. 매몰차게 말하자면 ‘신문물검역소’는 흔히 신인작가가 범할 수 있는 모든 누를 다 범하고 있다고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떨감같은’ 소설이다. 추측하건대, 담고싶은 이야기가 많아 결국 그 내용물을 다 담다보니 그 그릇이 넘친 듯 싶다. 신인작가는 늘 자신의 글들을 재단해 내는 것에 대해서는 궁색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신문물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읽다보면 이야기는 뜬금없이 미궁의 살인사건으로 무리하게 유턴한다. 이 소설은 이렇 듯 장르를 넘어서는 위험을 스스로 감수하면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삽입하고 첨가하기를 매번 불필요할 정도로 반복한다. 미술로 표현하자면 덧칠에 덧칠을 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작가의 그런 의도가 마냥 나쁜것만은 아니다. 애초에는 나름대로 멋진 복선들을 적당하게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선사해보겠다는 선의의 문학적 신념에서 기인한것이었겠지만, '신문물검역소'의 작가는 결국 그 덧칠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에 그 문제가 있다. ’절제의 글쓰기’ 에 대한 미덕이 아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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