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산성 Photo by Peter Verkhovensky |
사실 작가 김훈의 작품은 이번 소설 ‘남한산성’을 통해 처음 대하는 거였다. 그런데 채 몇 장을 읽기도 전에 그의 명료한 글쓰기에 그만 매료되고 말았다. 작가 ‘김훈’은 전직 신문기자출신답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리고 사족을 최대한 떼어낸 담백한 필체로 그해, 병자년의 기나긴 겨울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면에서 작가는 때로는 냉철한 심장을 지닌 역사가도 되고, 마음의 눈을 가진 철학자도 된다. 그런 작가의 영혼이, 그리고 작가라는 사람들이 가진 그런 영롱한 글쓰기 능력이 부럽다. 각설하고, 나 또한 이 소설을 작가 못지않게 독자로써의 평상심을 유지해가며 읽으려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긴 했는데 몇몇 구절에서는 그 흐르는 눈물을 차마 막을 수가 없었다. 특히 인종이 척화신의 이름으로 청의 진영에 들어가 죽기를 자처한 그의 신하 윤집과 오달제에게 마지막 술을 따라 건네는 대목은 찡하다. 그런데 그 찡함이란 단순히 신파적인 느낌에서 배설되는 울분이라기보다는 뭔지 모를 그 먹먹함에서 오는 정서였다. 하여튼, 역사는 늘 이긴자의 기록이라 하였거늘, 이 소설이 다른 역사소설과는 다르게 좀 더 매혹적인였던 이유는 패자의 기록을 그 당사자가 중간자의 견지에서 고해성사하듯 써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기에, 이제 소설은 인조의 출성으로 결국 끝을 맺지만, 그 여운은 참 더디게 길다. 병자년 그해 겨울처럼..
